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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항공업계의 선구자’ 조양호 회장 1주기…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비교적 차분하게 치러져

입력 : 2020-04-09 08:33:14 수정 : 2020-04-09 08: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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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이런 사태 처음이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겠다” / 타 항공사들도 지난해 4분기보다 손실폭 커지며 대규모 영업적자 우려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한진그룹 임원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진그룹 제공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경영 악화로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휘청거리는 만큼 1주기도 차분하게 지나가는 모습이다.

 

한진그룹은 8일 오후 고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에 위치한 신갈 선영에서 가족과 친지, 그룹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여분간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비롯해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가족,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참석했다. 불교 신자인 조양호 회장의 가족과 친지 10여명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강원도 평창 월정사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다만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에 부응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추모 행사는 별도로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1949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국내 항공산업의 반세기 역사와 함께 한 조양호 회장은 작년 4월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가 섬유화돼 호흡 곤란에 이르는 폐섬유화증으로 별세했다.

 

이에 앞서 2018년 12월 LA 한 병원에서 폐 질환 관련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던 중이었으나 작년 3월 말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생전 외환 위기와 9·11 테러 등 각종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었고,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국내 항공업계의 선구자'로 불렸던 조양호 회장이었지만 말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2018년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을 계기로 총수 일가 전체가 각종 불법·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온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이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별세 당시 조원태 회장은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고 하셨다"고 고인의 유훈을 전했지만, 이와 달리 한진그룹은 작년 말 '남매의 난'을 시작으로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태다.

 

작년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선친의)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반기를 들었고, 이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축했다.

 

지난달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에 연임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3자 연합이 임시주총 등 '포스트 주총'에 대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초 대형 악재로 다가온 코로나19는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달 16일부터 올해 10월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체 직원 2만명의 70%에 해당하는 인원이 휴업하게 된다.

 

외국인 조종사 전원이 이달부터 3개월간 의무적으로 무급 휴가에 들어간 데 이어 한국인 조종사의 휴직도 노조 측과 논의 중이다.

 

또 이달부터 경영 정상화시까지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이날 추모행사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는 4∼5개월 정도 수입이 3천억∼4천억원 떨어졌는데 지금은 한달에 여객 수입이 6천억원이 없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사태는 처음이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우 사장은 "지금 아무리 돈 많은 항공사도 6개월 서 있으면 돈이 안 돌아간다"면서 "리볼빙(차환)이 어려워 정부에 신용 보강을 요청했는데 아직 정부나 은행에서 패러다임이 안 잡힌 것 같다"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기존에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최근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마쳤고 이르면 이번주 또는 다음주 초에 매각 주간사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타 항공사들도 지난해 4분기보다 손실폭이 커지며 대규모 영업적자가 우려되고 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 4437억원이라는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불거지자 시장에서는 올 1분기 적자가 3000억원 이상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되는 상황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72개의 국제선 노선 중 24개 노선만 운항 중이며 국내선도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기존 10개 노선에서 7개 노선으로 축소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에어서울은 2015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단거리 노선이 주력인 저비용항공사(LCC)의 실적 악화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외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LCC는 모든 국제선을 비운항 중이다.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최대 LCC 제주항공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7.8% 감소한 2940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수요 하락으로 2월부터 매출액이 급감하며 1분기 영업손실 67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항공업계에 대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은 적어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지난달부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며 상반기 국제 여객 수요 회복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하반기 들어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개학 연기에 따른 방학 일수 감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국내 항공사의 매출 피해 규모는 최소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속한 영업환경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항공사들은 정부의 추가 지원책만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등 LCC 5곳을 대상으로 1260억원의 금융 지원에 나섰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은 그동안 겪지 못한 최악의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문제는 2분기가 돼도 상황이 쉽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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